하이큐

“다녀오셨습니까.” “다녀오셨습니까~!” 아카아시는 살짝 헛웃음을 삼키고서 아이의 뒤에 선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보쿠토가 팔을 붕붕 흔들고 있었다. 앞에 선 아이는 조금 어색한 눈치이기는 했으나 이젠 익숙해진 듯하다. 나흘이나 함께 있었으니 익숙해질 때도 되기는 했다. 저녁을 먹고 나자 보쿠토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달려든다. 요령이 부족해서 항상 곁에서 아이...

아카아시는 실험값을 들여다보느라 피곤한 미간을 살짝 문지르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평소라면 피곤함에 턱을 괴고 있을 오전 나절이었는데 묘하게 붕 뜬 기분이 들고 마는 것은 어젯밤 불시에 그의 집에 들이닥친 손님 때문이다. 아카아시는 어깨를 한 번 주므르고 다시 실험값 확인으로 돌아가려다 멈칫했다. “……구 하나가 바람이 난 거지~! 성격 차이는 무슨...

화려하게 결혼했던 영화배우와 화려하게 이혼하고 10년만에 아카아시를 찾아온 배구선수 보쿠토, 보쿠토에 대한 짝사랑은 묻어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던 아카아시.

“잘 먹겠습니다.” “자……잘 먹겠습니다!” 보쿠토가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함께 외쳤다. 식탁 위에는 단정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국과 밥이 함께 나왔고 반찬은 보기 좋게 담겨있다. 그게 꼭 아카아시 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쿠토는 숟가락을 꼭 움켜 쥐고서도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빨리 드세요. 저 애 학교까지 데려다주...

화려하게 결혼했던 영화배우와 화려하게 이혼하고 10년만에 아카아시를 찾아온 배구선수 보쿠토, 보쿠토에 대한 짝사랑은 묻어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던 아카아시.

아카아시가 거실에 이불을 깔아주는 동안 보쿠토는 주위를 맴돌며 어쩔 줄을 몰랐다. 아카아시가 정신 사나우니 가만있으라고 매섭게 쏘아붙였고 보쿠토는 몸을 움츠리며 소파에 착석했다. “……아. 소파에 누워서 주무실래요? 맨바닥보단 그게 낫겠습니까?” “아, 아무거나 좋아!” “그 대답이 제일 싫습니다.” “바, 바닥……. 바닥으로 부탁드립니다…….” 아카아시는...

화려하게 결혼했던 영화배우와 화려하게 이혼하고 10년만에 아카아시를 찾아온 배구선수 보쿠토, 보쿠토에 대한 짝사랑은 묻어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던 아카아시.

아카아시는 바로 앞에 앉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말려주며 아무 생각없이 TV화면을 흘끗거렸다. 드라이어 소리에 묻혀, TV에서 나오는 음성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에서 요란하게 플래시 터지는 모습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알만한 것이었다. 유명인에게 무슨 일이 있겠거니, 아카아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뜨겁진 않아?” “네!”...

나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올까요

나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올까요 * “안녕하세요, 선배님! 혹시 케이지 군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반짝거리는 눈동자의 여자아이가 방긋이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보쿠토는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소녀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카아시 케이지의 네 번째 애인이었다. * 아카아시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건 그가 첫 인터하이를 경험하고 가을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보쿠토의 마음이 들리는 아카아시

++ 엔딩까지는 겨울 재록 '첫눈의 행방'에 실렸습니다! ++ -좋아해! 아카아시는 그만 들고 있던 수건을 툭 하고 떨어뜨리고 말았다. 눈 앞에는 보쿠토가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수건을 주워준다. 아카아시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보……보쿠토 선배? 방금 뭐라고……하셨습니까?” “응?” 아카아시가 뜨악한 얼굴로 보쿠토를 바라보았지만...

자꾸 차이고 오는 보쿠토 때문에 속상한 아카아시

콰앙! “아카아시이이이~!” 체육관의 문이 격렬하게 열리고 보쿠토가 우는 시늉을 하면서 아카아시에게 매달려온다. 아카아시는 어깨에 매달리는 보쿠토를 받아주며 한숨을 꾹 삼켰다. ‘또 차였나?’ “나 차였어어어~!” ‘또 차였군…….’ 아카아시의 표정이 수심에 물들어간다. 이것으로 보쿠토의 여자친구가 바뀐 게, 엄밀히 말해 헤어진 게 벌써 다섯 번째였다. *...

정문 안쪽에 서서 드문드문 들어오던 학생들의 복장을 눈으로 훑고 있던 아카아시는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제멋대로 솟은 머리카락을 흘끗 바라보았다. 저것이 아까 전부터 10분 동안 계속, 저 담벼락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그리고도 5분이 더 지나서야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판넬 하나를 들고 서 있던 아카아시는 작게 미간을 모았다....

학생회의 기대주 신입생 아카아시..의 숨겨진 모습을 봐버리고 만 배구부의 2학년 부주장이자 차기 에이스인 보쿠토

“아.” “!” 아카아시는 마른침을 삼켰다.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고서 그를 보는 사람이 있다. 아카아시도 익히 알고 있는 상대였다. 오늘 바로 교문에서 그가 잡아세웠던 2학년 선배였다. 분명히 똑바로 매어주었던 것 같은 타이는 금방 풀어헤친 상태고 셔츠도 바지 바깥으로 삐죽 나와있다. 소매까지 걷어올린 채였다. 하지만 아카아시는 그걸 지적할 생각은 하지 못...

인간의 조건 (보쿠아카 전력 주제 :: 동화 au)

사랑으로 태어나 마음을 가지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시기하고 경애하며 질투하고 때로는 눈물흘리고픈 마음이 앞서 흔들리기도 하는데, 눈물은 흘릴 수가 없군요.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저는 그래서 울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어요. 눈물을 흘리지 못하기 때문에. * “아-카-아시!” “네?” 유리로 된 문이 부드럽게 열리자마자 작은 소년이 신발을 던지듯 벗으면서 안으...

아카아시에 대한 마음을 자각해버린 보쿠토

보쿠토는 눈을 끔벅였다. 달빛이 내려앉은 여름밤이었다. 부원들이 요란하게 자는 소리 너머 멀리서 에어컨 돌아가는 나직한 모터음이 가물가물 들려왔다. 오늘은 여름 합숙을 시작한 첫 날이었다. 창 밖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도 언뜻 들려오는 것 같다. 피곤해서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는데 어째서인지 이 한밤중에 눈이 뜨였다. 보쿠토는 옆으로 누운 채 눈을...